낙서2002. 5. 15. 14:18
설레는  (옛)

 

안녕하세요, 교수님.

1학기때 수업을 한 번 들어보았던 독문과 학생입니다.
별로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학생인지라
이름을 밝히기도 부끄럽네요.
과생활을 하지 않아 교수님들은 물론,
다른 학생들도 잘 알지 못하는 마당에
이름을 밝히고 안 밝히고의 차이도 없겠지만..
그래서 더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익명을 고수하겠습니다.

이렇게 교수님 홈페이지까지 들어오게 된건,
전대 홈페이지에서 교수님이 '태양은'이라는 중편 소설로
등단하셨다는 소식을 읽어서였어요.

'등단'

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답니다.
교수님께서 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음은 물론,
관심에 있어서도 다른 독문과 교수님들과 또 다르다는 걸 조금은
느끼고 있었지만, 글쓰기를 하시는 줄은 몰랐거든요.

저도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터라
가까운 곳에 계시는 분이 소설가로서 등단했다는 소식은
참 반갑고도 기쁜 일이었어요.
특히 서용좌 교수님이셔서 더욱.....
얘기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지만
꼭..축하의 말을 드리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교수님의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왔지요.

때가 늦은 건 아니겠지요?
서용좌 교수님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드릴게요.

교수님의 등단 소식을 보고,
제 자신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의 등단 소식이 더욱 깊이 와 닿았는지도 모릅니다.

국문학을 특히 좋아하던 저인지라..
고교 3년 내내 국문과만 바라보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대학 입시때 단 한번의 실수로, 성적이 떨어져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고..
고르고 골라 하향지원한 곳이 바로 전대 독문과였지요.
전대 국문과를 지원하려고 했지만 혹시나..하는 생각에
안정적인 하향지원으로...
전혀 흥미나 관심도 없던 독문과를 지원했지요.
예상대로 합격하긴 했지만 전혀 생각하지도 않던 학과를 다닌 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마음속에는 국문과..국문과...미련이 남아있어서 말이지요.
다시 대학 입시를 치를까, 학교를 그만 둘까,
여러 생각에 방황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다고 글쓰기에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꼭 소설가가 되어야지 하는 것도 아니었으면서.....
국문학이란..제겐 정말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학문이었나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복수전공도 있고, 편입도 있고...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길도 많은데
왜 꼭 그것만을 고집했는지..

방황을 끝내고 다시 돌아온 학교는
처음 입학했을때보다 더 낯설었습니다.
다시 배우는 독어는 고교때 2외국어로 배우던 시절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지요.
그나마 나았던건 독문학 수업때문이었답니다.
독어를 잘 몰라도 되니까요.
그리고 좋아하는 문학분야이니까요.
그래서 서용좌 교수님이 더욱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독문학을 전공하시고
소설가로 등단하시는 교수님을 보면서,
독문과를 다니며 암담해 했던 제 자신이 참 부끄러워졌습니다.
학사경고만 면하려고 학교에 겨우겨우 출석만 하러 왔다갔다 했던
제 자신이 말이지요.

현재의 제 처지가 너무나 괴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생각하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고교시절에 비해,
대학에 들어와서는 오히려 생각에 잠기는 일을 꺼려했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나 비참해 지는 것 같아서,
현실에서 도피해보고 싶은 마음에 말이지요.
저는 스스로 비참하다고 생각하는 현실을 마주할 용기조차 없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고정관념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외국어도 공부하면서 문학도 공부하는,
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교수님 덕에 왠지 새로운 희망이 피어오르는 듯 합니다.
완전히 길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보니 아닌 듯 합니다.
지금이라도 노력하면 다시 제가 원하는 곳을 향해 방향을 바꿀 수 있겠지요.
교수님의 등단이 제게 또 다른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교수님께서도 기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열정을 잃지 않고 쉼 없이 달리는
교수님의 모습을 본받고 싶습니다.

교수님, 다시 한번 등단하신 것 축하드릴게요.

 200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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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
낙서2002. 1. 31. 14:17
 
2002.1.31                                

  
 
것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생일 축하 편지 중의 하나였다.

자중자애  ---

참 어려운 주문을 자신에게 확인하기 위해서 이 편지를 공개한다.

누군가 단 한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은 아직은 자신을 사랑해야 함을

기억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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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
낙서2001. 11. 13. 14:05

이 편지는 누군가 생각나는 사람하고 읽어야 한다.
또한 이 편지가 쓰여지는 첫 순간부터 함께 했을 것이다, 하늘에서...
 

Subject:
    Date: Tue, 13 Nov 2001 23:10:36 +0900 (KST)
   From: nn <99s......@hanmail.net>
      To: <yjsuh@chonnam.ac.kr>

안녕하세요...
nn....이예요. 여기는 벌써 겨울이예요. 그제는 첫눈이 내렸어요.
11월인데 말이죠.
어떻게 지내세요.
저는 독일 생활이 마음에 들어요.

지난번 교수님께서 젊은이가 어딘가에서 공부만하는 것만으로도
사는 이유가 된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열정적이고 분출하는 젊음 외에도 배워가고 성숙해가는 젊음이라는
것은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언제나 동기들 또래들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공부해
왔지만, 이 곳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히고 그들을 이해하면서 그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들인지
알게되요.
그리고 지금까지 열어보지 않았던 제 마음속에 또 다른 문을 열어
가고  있어요. 물론 독일어 공부는 정말 즐겁구요.

지난 9월과 10월에는 여행을 많이 했어요.
동료들과 또는 혼자서요. 각각의 즐거움이 있드라구요.
여태껏 한국에 있을 때 까지는 여행이 즐거운 것인지 몰랐어요.
그냥 집 떠나면 귀찮지
그런 생각이 많았었거든요. 그런데 여행중에 얼마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떤지. 이제 제 취미 중에 하나를 여행으로 하려구 해요.

어제는 영하 3도보다 기온이 더 내려가서 귀가 다 시려웠어요.
서울이 광주보다 춥다춥다 생각했었는데 여기는 서울만큼 아니
그것보다 좀 더 추울까요? 뜻뜻한 보일러에 방바닥이 아니라 라지
에이터와 기숙사 생활이라서 그래요.  
그런데 독일에 온 후로 영어가 잘 생각이 안나요.
교수님도 그러셨어요?
얼마전에는 예전에 만났던 타이완 친구가 곧  결혼을 한다그래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려고 편지를 쓰는데 도무지 영어가 생각이
안났어요.
지금은 독일어 공부에 충실한게 우선의 목표여서 그 걱정은 보류
하기로 했지만, 그래도 영어도 잘 해야 되는데.

이 곳에서 작문 시간에 가끔 각자의 Heimat에 대해서 쓸 때가
있거든요. 광주에 대해서 이것 저것 쓰다보면, 광주의 공기가 생각
나요.
지금 광주는 어떤지요.

교수님,
그럼 또 편지 드릴께요.
뮌헨에서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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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