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해당되는 글 1건

  1. 1999.09.15 사람은 사람의 밖에 있다
낙서1999. 9. 15. 23:30

◐◑  사람은 사람의 밖에 있다

                           - <친구>라는 개념과 관련된 변명 하나 -


 
근거 1)            "이 세상 누구나 다른 사람의 밖에 있다  
                    Jeder auf dieser Welt steht außerhalb jedes anderen."
                                          - 하인리히 뵐 - 전집 13권 37쪽

                                   

   
    사람은
밖에 있다 사람의

         사람은 있다 사람의 밖에

                밖에 있다 사람은 사람의

                      사람의 밖에 사람은 있다

                           있다 사람은 사람의 밖에

                      밖에 있다 사람은 사람의

               사람은 사람의 밖에 있다


 
  사람은  확실하게 사람의 밖에 있다

    사람은 있다 모든 것의  밖에

    사람은 그냥 홀로 있다

    사람은 그냥 있다

    사람은 있다.   

렵게 쇼펜하우어 등을 대입하지 않아도 그저 맹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인간이다.
목적은 허상, 가상이요, 잘해야 꿈이다. 꿈은 이루지 못할 전제의 목적이다. 이룰
수 있는 전제라면 목적일 것이니까. 그러므로 꿈을 꾼다는 것은 조금은 도피라 할
것이다. 도피가 아니더라도 삶의 유보, 그래서 꿈이란 생을 아름답게 장식해주는
무지개와도 비견되지만, 실제로는 "다른 상황"에 대한 소망이기 때문에 생을
좀먹은 도구이다.

꿈을 버리지 못하는 인간, 꿈에 매달리는 인간일수록, 예컨대 "사람은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서 고통을 즐긴다(?). - 꿈을 접으면 사라질
고통을 꿈 때문에 끌고 다니는 것을 달리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 그러므로
꿈을 버렸을 때 어엿한 인격의 인간이 된다는 가정이 설립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야기가 될 법한 이와 최근에 나눈 짧은 대화의 결론]

 bar_l_1.gif

[반론을 준비해 본다, 마음 속으로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친구는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찾아올 인간에 대한 관심 --- 어떤 와 같은 종속인,
  같은 살과 피를 지닌, 슬퍼 울고 기뻐하는 종속인 인간. 따뜻한 음식과
  따뜻한 옷과 따뜻한 눈길에 따뜻해지는 인간.

  그러나 그것이 사람이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상태는 아니다.
  인간적인 이해라 부르거나 차라리 인간적 존엄을 전제로 한,의례적인,
  온건한, 중립적인, 다행히 바람직한 이웃관계일 뿐이다. 보편적인 인류애.
  그것은 차라리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도 매번 한계에 부딪치곤 한다. 가족은 상당히 예외가
  되지만,바깥 생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완전한 이해란 Liebe auf dem ersten Blick 또는
     
완전한 사랑이라는 개념만큼이나 존재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므로 반론 실패]

bar_l_1.gif

[처음 결론에 승복하는 이유들]

말하기
 
요즈음 세상에 가능하지 않는 것, 그 으뜸은 아무도 자신을
   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언어학자 또는 직업적
   글쟁이들이 말하는 언어 자체의 소통 문제, 즉 텍스트 생산의
   문제만이 아니라, 진짜 이유는 들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다른 사람을 귀 기울이지 않는다.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성산포에서> 라는 유행가 가사이다.
   노래를 그 속삭임을 들으면 서정에 눈물나도록 아름답다.
   그러나 도시의 밤 술자리에서는 술에 취하기전에 외로움에 취한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혼자서 술을 마신다. 혼자서 외로움을 마신다.
   여럿이 둘러 앉아 뼈저린 외로움을 마신다.


 편지 : 요즈음 세상에 가능하지 않은 것 또 하나, 편지쓰기가 있다.

     편지는....

  생각에 이르기가 어렵다.

   생각이 간절해도 쓰기가 어렵다.

  썼더라도 부치기가 어렵다. 우편도 몰래도...

   
                               더구나 그런 편지 자체에 발끈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편지란 좀 쑥스럽다거나 유치하다는 논리만으로 그리한다.              
                               차마 말로 할 수 없어서 바라보고는 말을 할 수 없어서
                               편지로 말할 수밖에 없는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므로....

  Kafka의 편지 빌려오기:

         "아시겠소, 나는 웃기는 인간이오. 만일 그대가 나를 약간 좋아한다면,
         그것은 연민이며, 내 몫은 두려움이오. 서신으로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무용지물인지. 서신이란 바다를 두고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의 해변가에
         철렁거리는 바닷물과 같은 것이오. 펜은 모든 문자들의 그 많은 언덕위로
         미끌어지고 그리고 이제 그것은 끝에 이르렀소. 날씨가 서늘하니
         나는 나의 텅 빈 침상에 가야겠소."
                                                                                  (1907년)

      "Ich kann mit ihr nicht leben
          und ich kann ohne sie nicht leben."
                
                                                                      (1913년)

            그녀와 함께도 그녀 없이도 살 수 없다는 그의 고백은
            인간의 원론적인 위치 "타자의 밖"을 확인해준다?
            아니면 그 무수한 편지들에 수신인이 있었음에 그를

     
     부러워해야 할까?


 차라리  꿈꾸기:
                         
기이하게도 꿈에 등장하는 인물은 꿈의 존재를 모른다.
                             꿈은 열린 창으로 남아서 현실을 방해한다.
                             
열어 보여도 좋을 지 .......

  혹은 은행잎:
                       
예컨대 여기에 쓰이는 한낱 표시가 왜 은행잎인지
                            그냥 우연히 은행잎인가를 아는 사람도 없다.
                            있어야 했겠지만 없다.

 그러니 사람은 사람의 밖에 존재한다.
 
bar_l_1.gif 

'낙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Bestmail 2000  (0) 2000.04.07
도구적 학문 vs 목적적 학문  (0) 2000.03.15
초대 - 개강모임  (0) 1999.08.01
그 이야기 셋 : 시인 기형도  (0) 1999.05.15
그 이야기 둘 : 스스로 격리된 『슬픈 짐승』  (0) 1999.05.15
Posted by 서용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