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많이 쓰셨어요?
소설 쓰려고 그만 두셨잖아요.
어느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어느 소설가의 말이었다.
할 말을 잃고 산다. <중독> 700매, <배달민족> 140매 - 이것들을 다듬고(?) 있다, 다듬어야 한다.
단행본 내기는 부족하고, 단편으로 내기는 긴 원고들.
적당한 길이 <도마뱀>을 내보낸 뒤, 일을 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다른 일에 빠졌다.
새로운 일, 걱정 되며 흥분되는 일. 한국어를 강의한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그것도 단순한 실력향상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학점을 주어야 하는 교양강의다.
또 다른 일도 생겼다. 어머니가 병원에 계신다. 반년이 넘었다.
매일 가보지도 못하면서 시간이 나는대로 가 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들려있다.
소설가이고자 평생의 직을 그만 두었으니 소설만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의무이어서는 안된다. 의무라면 다시 도망 칠 것이다.
삶도 의무라면?
비가 오는지 흐릿한 하루 종일을 안에서 밖을 본다.
유리창 하나, 모기장 하나, 다시 유리창 하나, 다시 모기장 하나 너머로, 그 다음 쇠창살 너머로
하늘이 있음직한 공간 다음에 모래회색 다른 아파트의 외벽이 보인다. 거기에 원문자로 ②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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