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2017. 10. 7. 01:11

2017. 9.8.

 

창작 노트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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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 평생을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의 소설들에 파묻혀 살다보면 하이에나로 변해가는 환상에 두려울 때가 있다.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의 소설들을 파먹느라 자판 위를 달리는 손가락들이 하이에나의 발가락처럼 넷씩으로 변하고, 꼬리에 수북이 털이 돋는 느낌에 소스라친다.

그런 순간이면 <새 글>을 열어서 내 글을 쓴다, 갑자기 아주 서툴게. 나의 심장에서 이웃들의 심장에서 일렁이는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인다. 왜 우리는 저 혼자서 제 삶을 생경해하는 것일까. 가을 비 차갑게 내리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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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서평/논문에 대한 페친의 글을 읽다가 글쓰기와 서평/논문의 관계가 생각나서 옛날에 썼던 글을 올린다. 2004년 『한국소설』 11월호(64호)에 단편 「건들장마」를 발표할 때 함께 쓴 글이다. 그때는 ‘창작 노트’를 따로 써달라고 했다.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한 몇 해 안 되는 때로, 만나는 사람마다 안정된 교수직에서 왜 느닷없는 소설 쓰기로 곁눈질인가 하는 질문을, 최소한 그런 눈초리를 보내던 때였다. 나는 분명 다른 사람들의 소설 파먹고 사는 일에 지쳐 있었다. 결국 정년을 기다리지 못하고 강단을 떠났다.

지금은 그럼 행복하냐고? 또 그런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슬쩍 비웃으면서. 왜냐하면 여태 완전 무명이니까. 사람들은 사람이 하는 일에서 완전 무명이라는 것을 참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그런 상황이 오니까 그렇다고 죽을 것 같지는 않다.

내리는 비는 맞는다는 것, 오명만도 못한 무명의 비라 할지라도 내리면 맞는 것이다. 또 영영 그치지 않는 비는 없으려니.

 

 

Posted by 서용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