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2014. 12. 21. 12:01
2014년 겨울 - 광주문학상

 

광주 사람으로 뒤늦게 광주문단에 들어와서 한껏 기쁜 상이어야 한다.

하필 헌재의 비민주적인 판결이 있는 날이 아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니, 하필 2014년에는 아무 것도 마음 놓고 즐거워할 수 없다.

 

주눅이 들고 문학이 뭘하랴 싶어서 불참하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준비해 간 소감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사진들 : 시상식 (시인 이보영이 찍어 준), 시인 이보영과 함께,

            그리고 뒷풀이 카페에서 소설가 김다경과. 

 

수상소감 

 

무작정 문학소녀이던 시절, 중3때 교지에 시를 발표한 것이 첫 작품이었습니다. 멋을 부려 「무제」라고 썼는데 내용은 백지처럼 하얗게 바래버렸습니다. 소녀의 눈으로 보아도 너무 유치했기 때문에 시인이 될 자질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할 일없이 닥치는 대로 소설들을 읽다보니 결국 소설들을 파먹는 교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평생을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의 소설들에 파묻혀 살다보면 내몸이 하이에나로 변해가는 환상에 두려울 때가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의 소설들을 파먹느라 자판 위를 달리는 손가락들이 하이에나의 발가락처럼 넷씩으로 변하고, 꼬리에 수북이 털이 돋는 느낌에 소스라친 순간에 - 저는 깨달았습니다. 내 글을 쓰자.

정신이 그곳으로 쏠리다보니 나머지 정년을 기다릴 수도 없었습니다. 이제 내 나라 우리들의 이야기를 쓰자고.

그런데 우리들 세상이 점점 녹록치가 않습니다. 위방불입, 난방불거 -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말고, 어지러운 나라에서는 거주하지 말라시던 공자님의 가르침은 무용지물입니다.

우리는 어디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습니다.

이 팔꿈치사회에서 - 독일어로는 경쟁사회를 팔꿈치사회라고 합니다 -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들의 뇌세포는 주판알을 튕기느라 피범벅이 되어가고, 초등학교 아이들도 불행하다는 나라에서 글쟁이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다만 꿈이었습니다. 꿈을 꾸는 한, 인생은 늘 불발입니다. 그러니 더욱 씁니다. 불발에 대해 성찰하고자, 성찰이 오히려 발을 묶는 모래주머니가 되어 실인생을 더욱 무겁게 짓누를지 모르는 일이라 해도 씁니다. 제가 쓰는 소설도 계속 불발입니다.

예술적 성취를 포기하더라도, 함께 불발인 인생들과 공감하는 방식으로서 쓰겠습니다. 그러라고 이 상을 주신 것으로 압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준비해 갔는데 말하지 못했다.

그저 오늘, 하필 오늘,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아십니까... 만 되풀이 하다가,

예술적 성취를 포기하더라도, 함께 불발인 인생들과 공감하는 방식으로서 쓰겠습니다... 만 말하고 말았다. 위방불입, 난방불거 - 이런 말을 못했다.

어디서 이나라를 어지러운 나라라고 하느냐! 그렇게 누군가가 위에서 호통을 칠 것이 무서웠다.

비겁했다. 무엇이고 해내는, 자의적으로 해내는 나라가 무서웠다. 아이들이 사는 나라가 무서웠다. 어디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무서웠다. 권력은 미래가 크게 걱정 없는 늙은이들도 주눅들게 만든다.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편 「다리 밑」- 문학에스프리 2015  (0) 2015.03.16
단편 - 「유예된 시간」  (0) 2015.01.23
2014 PEN 겨울 이야기 3  (0) 2014.12.21
2014 PEN 겨울 이야기 2  (0) 2014.12.21
2014 PEN 겨울 이야기 1  (0) 2014.12.21
Posted by 서용좌
소설2014. 12. 21. 12:01

2014 PEN 겨울 이야기 3 -

제30회 PEN문학상 문학활동상 수상

 

이번에는 좀 다른 이야기다.

내가 수상자가 된 PEN한국본부 일이다.

기분 나쁘고 좋은 상, 언감생심 PEN소설문학상이 아니므로.

 

 

 

 

 

 

 

열네 번째와 열다섯 번째가 PEN문학활동상이다.

부산과 광주 공동 수상으로 영호남 문학인 교류가 큰 이유일 것이고

광주는 한영대역으로 작품을 싣는 연간집과 PEN광주 올해의 작품상 신설 등이 이유일까. 

 

아래는 멋진 붓글씨로 대신한 상금:

 

 

 

 

 

 

소감 - 국제PEN한국본부 (제출용)

 

PEN - 어줍잖은 외국문학 공부로 헤매던 시절부터, 뒤늦게 내 글을 발표하기 시작하자마자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던 문인들의 품 PEN에서 상을 받습니다.

이 느낌은 처음 공식적으로 소설가가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의 느낌 그대로입니다. 다만 그때는 무더운 여름 하늘에서 내리는 시원한 소나기 한 줄기 같았고, 이번에는 포근한 눈송이 같음이 다를 뿐입니다.

고백하자면, 마음은 처음부터 PEN회원임을 즐겼습니다. 78차 경주 국제PEN대회에는 소잉카를 만나려고, 오지도 않은 파묵을 만나려고 달려갔습니다. 시인도 아니면서 영시낭송에 억지로 끼었습니다. 그것들을 정열로 오해받아 광주지역위원회 회장에 떠밀려 허둥댔던 시간이었습니다.

걱정이 앞섭니다. 주연배우가 다리를 삐어 느닷없이 대역을 하게 된 배우처럼 겨우 고향 문단에서도 벅찹니다.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니 기쁨보다 걱정이 앞섭니다.

다행스러운 일은 PEN광주 회원들의 따뜻한 협심입니다. 『국제펜광주』 12호에 시와 수필 전 작품을 한영대역으로 싣는 일에도 정성을 모아주었습니다. 올해로써 11회가 되는 ‘국제PEN광주문학상’에 더해서, ‘국제PEN광주 올해의 작품상’을 신설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오늘의 모든 영광을 전임 회장단을 비롯한 PEN광주 회원 여러분에게 돌립니다.

나마스테!

 


실제 소감 -

소설을 쓰는 서용좌입니다.

언감생심 PEN소설상은 아닐지라도 PEN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상을 받게 되어 무한히 기쁩니다.

제가 소설을 쓰기까지는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중 3때 교지에 시 한편 발표해놓고 너무 시시해서 일찍이도 펜을 접었으니 말입니다. 너무 일찍 유화를 배우다가, 화집에 나오는 유트릴로의 하늘색을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음을 절망하여 붓을 꺾은 다음이었습니다. 그래도 하릴없이 소설들을 읽다가 그것이 전공이 되었습니다.

평생을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의 소설들에 파묻혀 살다보면 몸이 하이에나로 변해가는 환상에 두려울 때가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의 소설들을 파먹느라 자판 위를 달리는 손가락들이 하이에나의 발가락처럼 넷씩으로 변하고, 꼬리에 수북이 털이 돋는 느낌에 소스라친 순간에 깨달았습니다. 내 글을 쓰자.

PEN은 어줍잖은 외국문학 공부로 헤매던 시절부터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던 문인들의 품 이었습니다. PEN에서 상을 받는다는 느낌 - 그것은 처음 공식적으로 소설가가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의 느낌 그대로입니다. 다만 그때는 무더운 여름 하늘에서 내리는 시원한 소나기 한 줄기 같았고, 이번에는 포근한 눈송이 같음이 다를 뿐입니다.

고백하자면, 마음은 처음부터 PEN회원임을 즐겼습니다. 78차 경주 국제PEN대회에는 나이지리아의 소잉카를 만나려고, 오지도 않은 터키의 파묵을 만나려고 달려갔습니다. 시인도 아니면서 영시낭송 프로그램에 억지로 끼었습니다. 그것들을 정열로 오해받아 PEN광주지역위원회 회장에 떠밀려 허둥댔던 시간이었습니다.

걱정이 앞섭니다. 주연배우가 다리를 삐어 느닷없이 대역을 하게 된 배우처럼 겨우 고향 문단에서도 벅찹니다.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니 기쁨보다 걱정이 앞섭니다.

다행스러운 일은 PEN광주 회원들의 따뜻한 협심입니다. 『국제펜광주』 12호에 시와 수필 전 작품을 한영대역으로 싣는 일에도 정성을 모아주었습니다. 올해로써 11회가 되는 ‘국제PEN광주문학상’에 더해서, ‘국제PEN광주 올해의 작품상’을 신설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오늘의 모든 영광을 전임 회장단을 비롯한 PEN광주 회원 여러분에게 돌립니다. 나마스테!

 

 


 

이렇게 하지 못했다. 열 네 번쨰 수상소감은 어정쩡했고, 추웠고, 모두가 끝을 기다리고 있었다.  "듣기 좋은 노래도 석자리 반이라는데.... 라고 한 다음에 언감생심 PEN소설상은 아닐지라도 PEN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상을 받게 되어 무한히 기쁩니다.... 그 다음엔 왜 PEN광주냐 라고 의아해 하실 분들을 PEN광주 소개로 그쳤다.

이사장은 소설이나 시 본상은 아니라 해도 두 회장 모두 창작에 진정으로 임하고 있다고 위로해 주었다.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편 - 「유예된 시간」  (0) 2015.01.23
2014년 겨울 - 광주문학상  (0) 2014.12.21
2014 PEN 겨울 이야기 2  (0) 2014.12.21
2014 PEN 겨울 이야기 1  (0) 2014.12.21
단편 - 「화학반응」  (0) 2014.12.21
Posted by 서용좌
소설2014. 12. 21. 12:01
2014 PEN 겨울 이야기 2 -  PEN광주 문학상 

 

수상자: 오인철 희걱작가, 김정희 시인

신설 올해의 작품상: 정태헌 수필가 

 

12월 12일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있었던 이 문학상 시상직을 주관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중요한 사실 하나:

신설된 올해의 작품상은 전 회장 김영관 교수(희곡작가)의 상금 출연으로 시작되어,

초대회장 김종 교수(시인, 화가)의 그름 출연까지 아름다운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프로그램:

 

 

 

 

 

 

 

 

  사진: 축사를 하는 강만 광주문협 회장, 오인철 김정희 정태헌 수상자들, 회원들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년 겨울 - 광주문학상  (0) 2014.12.21
2014 PEN 겨울 이야기 3  (0) 2014.12.21
2014 PEN 겨울 이야기 1  (0) 2014.12.21
단편 - 「화학반응」  (0) 2014.12.21
제16회 영호남 문학인 교류 한마당  (0) 2014.07.06
Posted by 서용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