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맘, 맘과 몸의 이중주
I have said that the soul is not more than the body,
And I have said that the body is not more than the soul,
And nothing, not God, is greater to one than one's soul.... -W. Whitman
사실일 뻔 했나? 맘으로 지옥을 다녀온 뒤, 서둘러 단편도 하나 내 보내고 밀렸던 사람노릇도 한다고 이틀 연속 점심 외출도 했다. 기쁘게 살아야지. 그러고서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었다. 몸이 반란을 한 것?
5월 29일, 아직 광주에서는 '메르스'가 중요한 무슨 단어인지 모를 때, 38.4도의 고열과 참을 수 없는 근육통으로 입원, 다음 주에야 퇴원했다.
나중에 열이 오르지 않게 되어서야 동생들은 - 마지막 토요일 형제자매 만나는 날 펑크를 내서 알게된 그들은 메르스 아니였냐고 놀렸다.
데노간 - 존경할 약이다, 30분이면 웃통을 벗어던지던 열감이 스러진다.
파지돈 - 정체를 알 수 없는 염증을 잡아준 약이다. 인플로엔자, 뇌수막염, C형간염... 어떤 결과도 확정되지 않은 채 고열이 멈추고 염증 수치가 떨어져서 퇴원을 했다.
병원 초입에 "우리 병원은 메르스 청정지역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원인(?): 과로, 장시간 의자에 앉아있기, 스트레스. 어쩌라는 말이냐?
처방: 무위도식, 육식, 무교양. 어쩌라는 말이냐?
일단 '목요 소설창작반' 꼼사리를 멈추기로 했다. 딱딱한 시청 세니마실로 밤 외출은 몸에 무리였나 보다. 미발간 창작물을 서로 평가하는 혹독한 정신적 작업도 맘을 다치게 했나 보다.
☆☆☆
퇴원을 한 주말, 세상은 메르스로 발칵 뒤집혀 있었다. 5월 20일 처음 메르스 확진 환자를 데리고 있던 d병원이 삼성서울병원임이 드러나자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비밀 뭔가를 보는 것 같았다.
퇴원을 한 주말, 사사로이는 서울의 둘째네 온 식구가 왔다. 맘이 다 녹는 편지도 함께 왔다.
"또 아프면 곤란해질 수도 있지 않겠냐" 는 그런 걱정을 한다. 아홉살 성빈이가.
자신이 결혼할 스물아홉에까지 할머니가 살려면 아흔살은 꼭 되게 살아야한다고 주문하는 아이다. 아흔살....
퇴원을 한 다음 주말, 서울에 출장나왔던 큰 애가 둘째랑 함께 집에 다녀갔다.
운전을 하고 온다니 둘째가 피곤할까 걱정이었고, Ktx로 온다니 대중교통이 걱정되었다.
바보 에미 맘이여..................
책상 용, 나머지 집안에서, 그리고 외출용 가방 속에 - 나는 세 개의 안경이 필요하다.
책상에서 안경을 못 찾으면 숨이 막힌다. 오래 된 책생 용은 안경테까지,
나머지는 도수를 새로 맞춰야 했다. 멀리 살아서 미안해 하는(?) 큰 애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