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이2017. 10. 7. 01:08

2017. 9.2.

가을

........

 

가을이 시작되면서 유난히 생과 죽음이 겹친다. 당사자와는 전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많이 좋아했었던 이의, 전혀 관심 밖이었던 이의 설익은 죽음들이 마음을 스산하게 하는 사이로, 집안에서는 가까운 이의 피붙이의 생일들을 축하한다. 세상은 늘 겉보기에는 서로 무관한 일들로 포화 상태다.

 

다섯 개의 자잘한 국화분을 샀고, 황색은 피해서 하얀 색 둘, 연보라색 셋을 골랐다. 동네 꽃집에 주인이 없어서 휴대전화로 전화를 했고, 꽃값은 전화기 아래에 두라는데 찾지 못해서 메모지철 아래에 놓아두고 왔다. 바람에 쓰러진 다른 화분들 둘은 세워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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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
사사로이2017. 10. 7. 00:44

2017. 8.25.

여름, 혹독한 여름

...............................

 

무더위라는 단어를 실감하는 여름이었다. 가장 무더웠던 여름도 꼬리를 내린다. 펄떡 올렸다가 결국은 내린다. 세상이 종말이 아니고서는 아니 그치는 비도, 물러가지 않는 더위도 없다.

 

나에게는 더 지독했던 여름이 있었다. 난생 처음 외국에 나가있던 1977년의 여름이다. 여행자유화 이전이라서 비행비표부터 장학금 형식으로 우편으로 도착했던 옛날이다. 독일 직항로가 없어서였는지 루프트한자가 취항을 하지 않아서였는지, 일본의 나리타공항에서 환승해야 했던 옛날이다.

 

그렇게 드물게 외국에 나가서 뭔가 희망은커녕 참담했다니. 얼핏 이해가 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 요구르트 쉰 것 아닌가요? 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독일 국내선 승무원에게 하는 것으로서 독일 생활을 시작했던 기억은 설렘과는 다른 황당함이었다.

일본에서 왔나요?

아뇨.

아하, 그럼 중국에서 왔군요.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에서 왔습니다. 그 정도는 빨리 말할 수도 있었지만, 대개는 내게서 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중국을 묻는다.

아뇨, 아니요. 겨우 한국 사람임을 입증시키고 나면, 더욱 황당해진다.

언어는 일본어를 쓰나요, 아님 중국어?

며칠 지나서부터는 단숨에 말했다. 나는 한국에서 왔고, 한국어를 씁니다.

 

일은 한 여름에 터졌다. 쥐트코레아 서울에서 강이 범람하여 단발머리 어린 소녀가 둥둥 떠내려가는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에 등장했다. 경찰이 헤엄쳐서 아이에게로 간다. 아, 그건 고개를 못 들게 하는 장면이었다. 산골짝도 소도시도 아니 수도 서울이 범람이라니.

만나는 사람마다 위로를 했다.

서울 사는 것 아냐? 네 식구들은 괜찮은 거야?

아니라고, 아니라니까. 어떤 특정 다리가 문제가 생겨서…….

애달픈 내 변명은 후속 방송 때문에 묻혀버렸다.

남한이란 어떤 나라인가. 서울과 평양이 공존하는 한반도는 어떤 곳인가. 하필 한 해 전 딱 이맘 때 있었던 사건이라면서, 미루나무 도끼 사건으로 한반도가 소개되었다. 누가 하필 그런 사건을 끄집어내서 방송을 하는지, 심보가 괘씸하기만 했다.

정말 그랬어? 정말 도끼로 사람 이마를 깠어? 미군이라고 그런 거야? 북한 사람도 같은 민족이지?

우린 휴전상태라고, 종전이 아니니까. 순간 전쟁 분위기라서 그런 일이 일어났겠지.

이런 저런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며칠 두문불출했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랬다. 그 옛날에도 여름은 혹독했었다.

여름이 혹독한 건 기후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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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
사사로이2017. 10. 7. 00:42

2017. 8.18.

고백 하나

...............

 

[...]

언감생심! 그런데 정말 불안합니다. 정말 읽는 사람이 없을까 봐서. 통 크게 내 소설을 출판해준 출판사 미안해서. 머뭇거리면서 내가 "증정"한 지인들 누군가가 행여 이름 쓰인 파란속표지도 찢어내지 않고서 그냥 버렸을까 봐서. 속표지는 뜯고 버리라고 두 장씩인 것을.

어찌 보면 순 철면피.

 

그러거나 말거나.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쓴다고, 에너지 한 방울이 남아 있고서는 잠들 수 없다고. 이렇게 말하면 철면피인 거죠? 예, 철면피입니다. 다음 번에는 정말 딱 100권만 찍어서 원하는 사람에게만 증정하고 팔고, 두 아들 외에 아무도 없으면 98권 품고 그대로 죽기.

그 동안 내 가공의 서술자 1975년 생 한금실은 이쯤해서 놓아주기로 한다. 함께 죽을 일 없으므로. 잘 가라!

 

(설마 낮술이었나? 고백도, 고백이란 말도 부끄러워 내리려다가 말 걸어준 분들에게 죄~송해서 토막만 남깁니다. 이래저래 부족합니다, 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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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