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2010. 12. 31. 23:00

출판물 목록   1975~2010                                      
...................................... 이렇게 뭔가를 쓰면서 살아왔네!  
                                       사는 시간보다 쓰는 시간, 쓰기 위해 읽는 시간을 살아왔네!  
                                       헛살았네!  
   

  

I. 논문

- 석사학위논문:

   R. Musil에 있어서 Ulrich의 “가능성” 문제, 이화여자대학교, 1975, 43쪽.

- 박사학위논문:

   하인리히 뵐의 작품에 구현된 시대의식, 이화여자대학교, 1986, 167쪽.

 

- 하인리히 뵐의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에 있어서의 순간과 현실에 대한 의미분석,『사대논문집』,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1982, 제 8집, 31-51쪽.

- 파울 첼란의 「죽음의 푸가」에 있어서 대위법적 구성의 기능과 효과. 『사대논문집』,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1983, 제 9집 41-58쪽.

- Heinrich Böll의 『Gruppenbild mit Dame』: 성취거부의 생활원칙. 『사대논문』,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1984, 제 10집, 53-74쪽.

- Peter Weiss의 『Die Verfolgung und Ermordung Jean Paul Marats  dargestellt durch die Schauspielgruppe des Hospizes zu Charenton unter Anleitung des Herrn de Sade』 연구: 시민사회의의 억압하에서 예술의 표현자유를 위한 실험 I. 『독일문학』, 한국독어독문학회 1984, 제 33집, 121-148쪽.

- 동 II. 『독일문학』, 한국독어독문학회 1984, 제 34집, 129-146쪽.

- Heinrich Böll의 『Das Brot der frühen Jahre』에 있어서 “Aussteigen”의 의미. 『독일문학』, 한국독어독문학회 1986, 제 36집, 123-149쪽.

- 페터 슈나이더의 『렌츠』연구 - 개념과 인지의 불일치, 『정천 강희영교수 정년퇴임 기념논문집』, 삼영사 1989, 279-313쪽.

- 독일의 전후 상황에서 하인리히 뵐의 작품에 등장하는 부적응의 인물들의 기능, 『독일문학』, 한국독어독문학회, 1990, 제 45집, 161-186쪽.

- 기구화된 사회 속에서 원시기독교정신의 회복: 하인리히 뵐의 풍자물 「무르케 박사의 침수집」, 『독일문학』, 한국독어독문학회, 1992, 제 49집, 462-485쪽.

- 하인리히 뵐의「흔적없는 사람들」의 사제의 침묵: “소수에 대한 이해”, 『독일문학』,  한국독어독문학회, 1994, 제 52집, 197-230쪽.

- 하인리히 뵐의 유토피아의 가능성, 『독일문학』, 한국독어독문학회, 1996, 제 60집 (37권 2호), 247-267쪽.

- 하인리히 뵐의 「검은 양들」과 47동인의 정신, 『독일문학』, 한국독어독문학회, 1997, 제 64집 (38권 3호), 230-250쪽.

- 하인리히 뵐의 작가 정신: 예술가-시민간의 정체성문제, 『독일문학』, 한국독어독문학회 1999, 제 71집 (40권 3호), 288-321쪽.

- 에.테.아. 호프만의「모래귀신」의 서술자, 『텍스트언어학』, 한국텍스트언어학회, 2000, 제8집, 103-134쪽.

- "Was ist der Mensch ohne Trauer?" Heinrich Boells Stimme klingt weltweit.    『하인리히뵐 Heinrich Boell』, 한국하인리히뵐학회, 2001, 제1집, 21-40쪽.

- 인도주의와 미학의 긴장: 하인리히 뵐의 풍자물에서 본 서술전략, 『독일문학』,서울: 한국독어독문학회 2002, 제 84집 (43권 4호), 214-234쪽.

- 행동으로서의 부적응 - 하인리히 뵐의 『강풍경을 마주한 여인들』, 이병애(편), 『독일문학의 장면들: 문학, 영화, 음악 속의 여성』, 문학동네, 2003, 361-386쪽.

- 창작과 사실: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 나타난 언론보도의 문제, 『하인리히뵐 Heinrich Boell』, 한국하인리히뵐학회, 2005, 제5집,  169-194쪽.

- 길항작용에서 정체성 추구로 - 하인리히 뵐의 『어느 광대의 견해』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 주는 남자』에서 세대 간의 문제, 『독일문학』, 한국독어독문학회, 2008, 제 108집 (49권 4호), 119-143쪽.

- 「하인리히 뵐과 쾰른」, 『하인리히뵐 Heinrich Boell』, 한국하인리히뵐학회, 2009, 제9집, 13-28쪽.


II. 논저

- 『하인리히 뵐 연구』, 한신문화사 1989, 290쪽.

- 『텍스트 언어학적 분석에 의한 에.테.아. 호프만의 「모래귀신」』, 한국문화사 1999,

                             454쪽. [공저: 브루노 로스바흐]

- 『도이칠란트 • 도이치문학』, 전남대학교출판부 2008, 1198쪽.

                                   * 2008 문화관광체육부 우수도서 선정

- 『창작과 사실』,  전남대학교출판부 2010, 509쪽.

III. 역서 

- 「가난한 시절의 빵」 (원작: 하인리히 뵐), 『언어의 세계』 제 4집, 청하 1985, 255-348쪽: 『닫힌 시절의 사랑』(도서출판 삼문, 1994)으로 재발행.

- 『강풍경을 마주한 여인들』 (원작: 하인리히 뵐), 삼성출판사, 1986, 289쪽.

- 『문둥병』 (원작: 하인리히 뵐), 전남대학교 출판부, 1986, 98쪽.

- 『장벽을 넘는 사람』 (원작: 페터 슈나이더), 도서출판 들불, 1991, 169쪽.

-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카프카의 편지 1900-1924』 (원작: 카프카), 솔출판사 2004,

                      1088쪽.   * 2004 문화관광부 우수도서 선정


IV. 창작

단행본

- 2001 장편소설 『열하나 조각그림』, 도서출판 이유, 272쪽.

- 2004 연작소설집 『희미한 인(생)』, 그림 조윤기, 도서출판 이유, 256쪽.

- 2010 소설집 『반대말 ․ 비슷한말』, 전남대학교출판부, 324쪽.

문학잡지 게제

- 2002 중편 「태양은」, 『소설시대』 4호, 한국작가교수회, 240-282쪽.

                                     * 한국작가교수회 2002년 신인상 수상       

- 2003 단편 「부나비」, 『소설시대』 5호, 한국작가교수회, 65-90쪽.

- 2004 단편 「건들장마」, 『한국소설』 11월호(64호), 한국소설가협회, 150-172쪽.

- 2005 단편 「춤꾼」, 『소설시대』 9호, 한국작가교수회, 174-189쪽.

- 2006 단편 「행복한 수요일 아침」, 『소설시대』 10호, 한국작가교수회, 111-133쪽.

- 2006 단편 「오늘과 이별하다」, 『PEN문학』 가을호(80호), 국제펜클럽한국본부,
185-206쪽.

- 2007 단편 「마리아 막달레나」, 『월간문학』 5월호(459호), 한국문인협회, 166-181쪽.

- 2007 단편 「조사」, 『소설시대』 12호, 한국작가교수회, 190-212쪽.

- 2007 단편 「콩나물」, 『문학저널』 11월호(51호), 문학저널사, 107-124쪽.

- 2008 단편 「네 번째의 죽음」, 『한국소설』 9월호(110호), 한국소설가협회, 230-252쪽.

- 2009 단편 「쪽지 붙였음」, 『PEN문학』 가을호(92호), 국제펜클럽한국본부, 176-196쪽.

- 2010 단편 「정체성」, 『소설시대』 17호, 한국작가교수회, 80-102쪽.

- 2010 단편 「병든 고향」,『흐름 위에 멈춰 선 그늘』 , 한국여성문학인회 6.25 60주년 기념 특집, 246-248쪽.

- 2010 단편 「쇼」,『광주문학』 겨울호,


에세이 등

- 2002 칼럼  「전일시론」, 『전남일보』,

                          성장  5.27.

                          오~필승 코레아 - 신화와 현실 6.25.

                          노블리스 오블리제 7.22.

                          우리의 골목대장들 8.19.

                          한가위 유감-우리를 스산하게 하는 가을 9.16.

- 2002 에세이 「입시지각생의 운동화 끈」, 『우리 어디에 서있어도』, 이대동창문인회,
210-213쪽.

- 2003 에세이 「어머니가 되세요!」, 『FRIENDS 5월호』, 월간프렌즈, 2003.

- 2003 에세이 「천재와의 만남」, 『꿈꾸던 것들은 아직도 꿈인가』, 이대동창문인회, 

                    95-98쪽.

- 2004 에세이 「오프라인」, 『그대 안의 풍경』, 이대동창문인회, 257-260쪽.

- 2004 탐방 「서정인 선생님 서재 탐방기 - 영어로 글읽기와 한글로 글쓰기」,

                   『소설시대  7호』, 한국작가교수회, 9-20쪽.

- 2005 에세이 「내 딸의 어머니」, 『눈물향기의 어머니』, 이대동창문인회, 253-257쪽.

- 2005 에세이 「교집합과 합집합」, 『문학사상』, 11월호, 284-288쪽.

- 2006 에세이 「내적 자유」, 『만남』, 이대동창문인회, 268-272쪽.

- 2006 에세이 「움직이는 긴 그림자」, 『문학공간』, 9월호(202호), 19-21쪽.

- 2007 에세이 「정신의 귀족」, 『123명이 말한다 정연희 - 미운 오리새끼』, 개미출판사,

                       84-87쪽.

- 2007 에세이 「구멍난 옷」, 『내 청춘에게 보내는 편지』, 이대동창문인회, 211-215쪽.

- 2008 에세이 「눈이 있었던 것」, 『맛, 멋, 그리고 향기』, 232-235쪽.

- 2009 기행 「그림자 도시」, 『소설시대』, 15호, 186-209쪽.

- 2009 에세이 「평행선」, 『사랑은 아무나 한다』, 이대동창문인회, 181-184쪽.

- 2010 에세이 「온 바닷물을 다 켜야 맛인가요」, 『사랑에 세든 사람』, 이대동창문인회,

                       200-203쪽. - 2010 에세이 「도마뱀」, 『문학공간』 12월호(253호), 40-42쪽.


Posted by 서용좌
수필-기고2010. 12. 31. 16:46


온 바닷물을 다 켜야 맛인가요.

남자는 첫사랑이지만 여자는 마지막 사랑이라고 - 그렇게 남자들이 말해놓고서 여자들의 망각의 묘기를 비웃곤 합니다. 망각은 양심을 접는 것과 같은 의미일 때가 많아서, 여자들은 양심이 덜한 족속으로 폄하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온 바닷물을 다 켜야 맛인가요. 바닷물 한 움큼만큼,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라 해도 파도가 밀려오다 빠져 나가듯이 어느 때는 코앞에 다가와 눈을 떠도 감아도 그 자리에 있다가는, 또 언젠가는 슬며시 핏속으로 숨어드는 것이겠지요. 게다가 내가 잊을 수 없는 것들은 당신에겐 아무렇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도 걸러내는 기억들은 제 나름일 테니 말입니다. 고운 차 거르는 체 마냥 촘촘하며 일정한 그물망이라 해도 우리의 기억을 통제하지는 못합니다.

누가 들으면 웃을까. 늘 내가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되는 것은 이를테면 아무렇지도 않은 산자락 성긴 돌 틈으로 삐져나온 연초록 풀들 같은 하찮은 것들입니다. 또는 여름이 시작되고 2층 창밖으로 짙푸른 나뭇잎들이 무성해지는 이맘때면, 바로 이맘때 만났던 새 새끼들이 되살아납니다. 정확하게 큰 아이가 약혼식을 위해 잠시 집에 머물었다가 간 다음날이었습니다. 무심코 아이들 방 창 너머를 바라보다가 발견한 것인데, 날렵한 동작으로 새들이 나뭇가지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이상한 일이었죠. 어느 결에 둥지를 튼 놈들은 놀랍게도 알을 낳았던 것입니다. 아파트 나뭇가지에. 스무날? 한 달 정도? 유난히 맑은 여름날을 뒤 베란다로 살금살금 기어들어가 그놈들 사는 양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참새보다는 큰 것이 그래도 참새 모양이라 참새목 되새과 혹은 멧새과 쯤에 드는 새이리라 추측했답니다. 그렇게 흔한 새이지만 아무도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뒤적여보았던 백과사전에서 일러준 대로라면 3~5개의 알을 낳는다더니만 정말 딱 4개의 알을 낳았더이다. 그 다음은 누군가 정성들여 관찰해서 TV에 올려주는 그런 과정들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신기한 것은 그것을 덜 화려한 색깔로지만 프레임이 없는 실 공간으로 바라다 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침조석(!)으로 뒤 베란다 나가기를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하는 재미라니, 방안 퉁소 서생으로 살던 터에 쏠쏠한 재미였습니다. 사람들은 앉은 자리 뭉개지도록 눌러 앉아있기만 하던 사람이 왼 종일 촐랑대던 일로 즐거워했고, 더러는 놀렸답니다. 하여 그 여름은 더위라거나 짜증 같은 아름답지 않은 단어는 우리 집에서 사라졌더랍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늘 아름다울 수는 없는 모양이었습니다. 정말 상쾌하리만치 서늘한 날 아침 밥상. 밥상이라야 가볍게 풀 썰어놓고 빵 뜯어먹고 그랬을까요? 아님 그날따라 젓가락을 들었던 감촉이 살아납니다. 밖에서 자지러질 듯 하는 새 소리 사이로 알 수 없는 요란한 소리들이 날아와서 우리 모두는 기겁을 했습니다. 후다닥 튀어 일어나서 뒤 베란다로 내달은 나는 정말 기절할 것 같은 광경에 시간이 정지했다고 느꼈습니다. 저쪽 새둥지에서 두 나무 째를 건너온 바로 코앞이 전쟁터였던 것입니다. 그 네 마리 새끼들이 첫 비행을 하면서 그것이 곧 둥지를 떠나는 날인 줄 그때서야 눈치를 챘습니다. 누가 예전에 야생의 새를 키워보기나 했어야 말이지요. 그런데 한 마리씩 한 가지씩 날아오르려는 새끼 새들에게 저승사자가 나타난 것 때문에 어미아비 새들이 단말마의 울음을 울었던 것입니다. 주차된 차량들 사이를, 더러는 벌써 움직이는 차바퀴도 겁내지 않고 기식하던 주인 없는 고양이가 곧 영양식을 발견한 것이지요. 새끼들의 추락을 기다리는, 아니 소리로서 겁을 주어 추락을 유도하려는 고양이와 어미아비 새의 대결장이었습니다.

아아 안 된다, 아가 힘 내거라, 어서.

이 몹쓸 도둑고양이, 악마! 사라지지 않음 내가 쪼아 줄 테다.

네롱~ 하면서 달콤한 먹이를 향해 불을 뿜는 고양이도 질 기세는 아니었지요. 글로 쓰자니 여러 줄이지만 사건은 불과 몇 초였을까요? 어쩌자고 나는 젓가락을 든 채로 아파트 계단을 내달렸습니다. 아무 신이나 끌고 화단에 내려서선 고양이를 내쫒았지요. 평소라면 기분이나 나빠할 뿐 눈도 주지 않으려했던 그 고양이놈을. 상황이 너무도 아슬아슬했지만, 얕은 가지로 출렁이던 새끼와 뛰어 오르려던 고양이의 서커스가 원안대로 끝나고 상황이 종료되자, 난 그만 털썩 주저 않았지요. 흙에 앉아서 올려다보니까, 마지막 한 놈이 맨 윗가지를 정말로 날아오르더니 저만치 떨어진 큰 나뭇가지로 옮겨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한없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나중에 젓가락 한 짝만 들고 계단을 기어올라 들어온 나를 식구들은 더욱 놀려댔습니다. 내가 뛰어나간 뒤로는 내 소리까지 가세해서 정말 한판 굿이었다는군요. 새 소리 고양이 소리야 비록 생사의 투쟁이었다고 하지만 자연의 소리였겠죠. 그러면 내 목소리는? 그렇지 않아도 소프라노로 분류되는 목소리로 정말 무진 악을 다 썼더랍니다. 교양? 평소에 목소리 크다는 이야길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다 새침이었던 게지요. 급하니까 정신이 없더랍니다. 알 수 없는 나라 말로 새 새끼들에게 주문을 거는가, 했더랍니다.

그런데 이 새란 놈들은 진정 그들이 태어난 자리를 기억할까요? 그해 여름 어느 날엔 뜬금없이 앞 베란다의 가녀린 창살에 한 놈이 턱 앉아 있었다는 일은 무슨 의미일까요? 우리는 그 놈이 그놈일 거라고 수선을 떨며 좋아했답니다. 그런데 저만치 담장 쪽에 앉은 놈들도 꼭 우리 집 쪽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기색이었단 말입니다. 더구나 이듬해에도 때로는 해를 걸러서도 심심치 않게 그 예쁘지도 않은 소리로 찌이찌이 울어대는 새들이 우리 집 주변을 날아와 앉곤 한답니다. 창살 안쪽의 꽃잎을 한참 동안이나 쪼고 있을 때도 있답니다. 그러니 그놈들을 잊을 새가 있겠냐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기억을 새록새록 불러내주지 않더라도 물론 잊지 못할 일들이 늘 있지요. “언어란 꿀이 빠져버린 벌집처럼 거죽뿐인 줄을 알면서도 그 안에 어느 한 순간의 제 마음이라도 담기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렵니다.” (오자 포함, 어느 작품의 인용입니다) 같은 쪽지 글을, 아니면 지구 속 마그마로 녹아들고 싶다는 마성적인 언어를. 아니,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요 진실은 언어 이상이라는 말에 공감하며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던 순간들을. 순간들은 부서지기도 녹기도 하지만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순간들을 잠시 버릴 뿐입니다.

......................................

「온 바닷물을 다 켜야 맛인가요」, 『사랑에 세든 사람』, 이대동창문인회, 2010, 200-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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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
독문학2010. 12. 30. 23:30

내가 정녕 독문학 교수이기를 멈췄는가.
나는 여전히 도이치의 느낌과 글의 마력에 빠져있다.
10권의 전집 중 단 4쪽 분량의 이 단편을 보라. 글쓰는 이,
소위 작가라는 정체성을 지닌 모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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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인리히 뵐 1954 -



   내 친구는 묘한 직업을 가졌다. 그는 자신을 작가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그가 정서법의 몇 잠재적 지식을 소유하고, 문장론의 몇 규칙들을 막연하게 마스터하고, 이제 타이프 한장 한장을 문체의 연습들로 점유하고 있기에 그렇다. 그리고 그런 한 뭉치를 만들자마자 그것을 그는 원고라고 부른다.

그는 수년 간 이 문화의 황야에서 예술의 마른 풀만을 겨우 뜯어먹고 살았다가 마침내 출판사를 찾아냈다. 그의 책이 출판된 뒤에, 나는 최고로 낙담해 있는 그를 만났다. 그의 이야기는 사실 기가 꺾일 만했다. 출판사의 정산에 따르면, 반년 내에 350권이 비평을 부탁하려고 무값으로 배포되었고, 몇 우호적인 비평도 나왔고, 13권의 책이 실제 팔렸단다. 그로써 내 친구에게는 5,46마르크의 대변이 발생했단다. 그런데 그는 800마르크를 선지급 받았기 때문에, 같은 비율로 셈하자면 이 선지급금은 대략 150년이 되어야 상쇄될 수 있는 것이란다.

이제 문제는 한 인간의 수명이라는 것이 평균적으로 그만 못하다는 점이다. 그게 대략 몇몇 거의 전설적이다 싶은 터키인들을 제외하고 말하자면 한 70을 본다. 더러 우리 잃어버린 세대의 기념비적인 신고를 생각할 때 위안적으로 한 십년을 더 칠 수도 있다.

나는 친구에게 두 번째 책을 쓰라고 충고했다. 그 책이 출판되자 전문가 권에서는 기쁘게 환대를 받았다. 비평용 샘플은 400권으로 급등했고, 반년이 지났을 때 판매고는 29권. 나는 친구에게 담배 두 개비를 말아주고는 어깨를 도닥거리며 제안했다, 이제 세 번째 책을 쓰라고. 그런데 친구는 그 말을 아이러니로 이해하고는 모욕을 당한 듯이 물러서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그는 “투명작가 비트”라고 문학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에 관한 평전 한 권이 나오자 평전이 그의 작품들 전체보다 더 많이 팔렸다.

근 반년동안 나는 그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는 다시 고독한 천재성의 영역에서 내닫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그가 내게 와서는 후회막급하다고, 그래 아무튼 세 번째 책을 쓰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그에게 이번에는 헥토그래프 등사본으로 30에서 50부쯤을 출판사에 넘겨주라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선지급금을 받았다. 그의 둘째 아이가 태중에 있었고, 그는 말하자면 몇몇 식자공과 인쇄업자, 포장이나 발송담당 여직원들의 실직에 협조하는 죄를 짓기는 싫었노라는 주장을 폈다. (그의 사회적인 감각은 항상 정말 강했다!)

그러는 사이에 그에 관한 근 100편 정도의 호의적인 비평이 나왔고, 두 권을 합친 판매부수는 90권을 넘었다. 출판사는 스스로  “독자 구하기”라 명명한 작전에 돌입했다. 곧 각 서점마다 쪽지가 발송되었는데, 내용인즉, 비트-구매자를 확보해놓고 곧 출판사에 알려달라고, 그러면 작가와 독자 간의 소통을 개시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작전의 결과는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시작해서 4주 만에 저 위쪽 북부에서 한 남성이 나타나 내 친구의 책에 대해서 묻고 그것을 사고 돈을 지불했음에 틀림없었다. 서점 주인은 곧 전보를 보내왔다. “비트-구매자 출현 - 다음 지침은?” 그러는 사이에 서점주인은 구매자를 대화로 붙잡아 놓고 커피를 따라주고 담뱃갑을 권하고 그랬다. 이 모든 행동들이 구매자를 놀라게 했지만, 그는 조용히 그러도록 내버려두고 있었다. 그러자 번개처럼 빨리 출판사의 답변이 왔다. “구매자 이쪽으로 보낼 것 - 전 비용 이쪽 부담.” 다행하게도 구매자는 교사였고 마침 방학이어서 남독으로의 공짜여행을 마다할 리 없었다. 그는 첫날은 쾰른까지 갔고 그곳에서 하루저녁 좋은 호텔에서 묵고, 이튿날 아름다운 라인 강변을 따라서 남쪽으로 향하며 여행을 즐겼다.

이틀째 오후 4시경에 그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역에서 출판사까지 택시로 이동했고, 출판사에까지 가서는 출판업자의 매력적인 부인과 더불어 좀 흥분된 시간을 커피와 케이크를 즐기면서 보냈다. 그러고 나서 새로 여행경비를 받아 챙겨서 다시 역으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2등 열차로 내 친구가 뮤즈에 봉사하고 있는 그 소도시로 갔다. 그곳엔 그 사이 둘 째 아이가 태어난 지 한참이 되었고, 친구 아내는 영화관엘 가고 없었다. - 작가들의 아내들에게라면 어떤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불허해서는 아니 되는 휴식 아닌가. 구매자는 그러니까 내 친구를 마침 그가 아이들에게 저녁우유를 데워서 그들을 달래려고 막 노래를 부르고 있던 참에 만나게 되었다. 그 노래란 게 하찮은 어휘들로 구성되었을 밖에. 아무튼 이 말이 최근 도이치문학에 언짢은 빛을 던졌으니…….

내 친구는 자신의 독자에게 감동어린 인사를 하고서 대뜸 그의 손에다 커피갈이를 밀어주고는 재빨리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이행했다. 곧 커피 물이 끓었고, 이제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다 수줍은 사람들이어서 서로 묵묵히 감탄하면서 바라보기만 했다, 한참 동안을. 그러다가 마침내 내 친구가 외침소리를 토해냈다.

“선생은 천재이시오 - 제대로 자라난 천재이시란 말이외다!”

“아, 아닙니다,” 손님은 유하게 말했다, “제 생각으로는 작가선생이 그렇소.”

“틀린 말씀,”  내 친구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침내 커피를 따랐다, “천재의 주요 특징은 그 희귀성에 있지요, 그리고 선생이야말로 저보다 더 희귀한 인간계층에 속합니다.”

방문객은 겸손한 이의를 달려고 했지만 혹독한 방식으로 훈시를 받고 말았다. “거 말 마쇼.” 내 친구는 말했다. “책을 쓰는 일은 그게 만들어지는 일에 비해 그저 반쯤 나쁜 일이오, 출판사를 발견하기란 유희이외다. 그러나 책을 산다는 것 - 그것을 저는 천재적 행위라 하는 것입니다. - 그나저나 우유와 설탕을 치시지요.”

그 남자는 우유와 설탕을 치더니만, 수줍어하면서 외투 오른 쪽 안주머니에서 그가 저 위 북쪽 지방에서 샀었던 책을 내밀며 헌정 사인을 부탁했다.

“단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내 친구는 단호하게 말했다, “단 한 가지, 선생이 제 원고에다 헌정 사인을 해주는 조건이오!”

그는 서가에서 바인더를 꺼내더니 거기서 빼곡히 쓴 원고뭉치를 꺼내더니 손님의 커피 잔 옆에 놓고는 말했다. “부디 저에게 기쁨을 주시오!”

손님은 혼란스러워 만년필을 덜덜 떨면서 원고뭉치 마지막 장 맨 아래 여백에다 머뭇머뭇 썼다. “진정한 존경심을 담아서 - 귄터 슐레겔!”

그러나 내 친구가 잉크를 말리기 위해서 그 원고를 난로위에서 흔들고 있던 한 30초쯤이 지나서 손님은 이번에는 외투 왼쪽 안주머니에서 타이프가 되어있는 종이 다발을 꺼내더니 내 친구에게 청했다, 그가 최근 도이치문학에 대한 기여라고 간주한 이 결과물을 출판사에 감정 의뢰해달라고.

내 친구는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자기는 실망감에서 몇 분간 말을 잃고 있었노라고. 이 남자의 운명에 대한 걱정이 그를 깊은 비통에 빠지게 했었노라고.

그리하여 두 사람은 다시 몇 분간은 묵묵히 건네다 보고 앉아있었다. 마침내 내 친구가 나직이 말했다. “제발 간청하건대 그만 두십시오 - 선생의 독창성을 잃는 일이외다!”

손님은 고집스레 침묵하고 있더니 자기의 원고를 쓸어 모았다.

“선생께선 여행경비를 받으실 수 없겠습니다,” 내 친구는 말했다, “생크림케이크가 나오지도 않을 것이고요. 출판자의 부인은 찡그린 낯빛을 할 것이구먼요. 선생을 위해서 간청 드리는 것이니, 제발 그만 두시지요!”

그러나 손님은 찡그린 채 고개를 갸웃 둥했고, 내 친구는 한 인간을 구한다는 뜨거운 노력으로 출판사의 정산서를 가져오는 일까지 감행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도 슐레겔의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다.

여기에서 내 친구는 이야기를 중단하고자 했지만, 나는 그가 방문객과 그만 드잡이를 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어쨌거나 여기에서 휴지부가 발생했고, 그 동안 내 친구는 불끈 쥔 주먹을 생각 깊게 내려다보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저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들은 것은 슐레겔이 짤막한 인사와 함께 떠났다는 것이고, 그의 원고는 놓아두고 갔었더란다.

그러는 사이 슐레겔의 장편 『슬프도다, 페넬로페여!』가 귀향소설로서 전문가 권에서 상당한 주목을 이끌어냈다. 슐레겔은 교사직을 떠났고, 그러니까 제대로 된 직업을 떠났는데, 말하자면 다른 직에 종사하기 위해서다. 나로서는 여전히 직업도 아니라고 간주하는 그런 직에 종사한답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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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구하기 Die Suche nach dem Leser」:

하인리히 뵐 (1954), 함부르크의 ≪일요신문 Sonntagsblatt≫에 게재된 단편.

여기에서는 Böll, Heinrich: Romane und Erzählungen 2. Hrsg. von Bernd Balzer, Köln 1977 본을 번역했다. 

 

국제PEN 광주 2010년, 214-218쪽

Posted by 서용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