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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0.09.21 일기 - 어느 날
  9. 2000.06.08 참으로 고마운 편지
  10. 2000.05.15 萬行: 어느 수도자의 이야기
낙서2002. 5. 15. 14:18
설레는  (옛)

 

안녕하세요, 교수님.

1학기때 수업을 한 번 들어보았던 독문과 학생입니다.
별로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학생인지라
이름을 밝히기도 부끄럽네요.
과생활을 하지 않아 교수님들은 물론,
다른 학생들도 잘 알지 못하는 마당에
이름을 밝히고 안 밝히고의 차이도 없겠지만..
그래서 더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익명을 고수하겠습니다.

이렇게 교수님 홈페이지까지 들어오게 된건,
전대 홈페이지에서 교수님이 '태양은'이라는 중편 소설로
등단하셨다는 소식을 읽어서였어요.

'등단'

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답니다.
교수님께서 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음은 물론,
관심에 있어서도 다른 독문과 교수님들과 또 다르다는 걸 조금은
느끼고 있었지만, 글쓰기를 하시는 줄은 몰랐거든요.

저도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터라
가까운 곳에 계시는 분이 소설가로서 등단했다는 소식은
참 반갑고도 기쁜 일이었어요.
특히 서용좌 교수님이셔서 더욱.....
얘기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지만
꼭..축하의 말을 드리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교수님의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왔지요.

때가 늦은 건 아니겠지요?
서용좌 교수님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드릴게요.

교수님의 등단 소식을 보고,
제 자신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의 등단 소식이 더욱 깊이 와 닿았는지도 모릅니다.

국문학을 특히 좋아하던 저인지라..
고교 3년 내내 국문과만 바라보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대학 입시때 단 한번의 실수로, 성적이 떨어져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고..
고르고 골라 하향지원한 곳이 바로 전대 독문과였지요.
전대 국문과를 지원하려고 했지만 혹시나..하는 생각에
안정적인 하향지원으로...
전혀 흥미나 관심도 없던 독문과를 지원했지요.
예상대로 합격하긴 했지만 전혀 생각하지도 않던 학과를 다닌 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마음속에는 국문과..국문과...미련이 남아있어서 말이지요.
다시 대학 입시를 치를까, 학교를 그만 둘까,
여러 생각에 방황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다고 글쓰기에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꼭 소설가가 되어야지 하는 것도 아니었으면서.....
국문학이란..제겐 정말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학문이었나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복수전공도 있고, 편입도 있고...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길도 많은데
왜 꼭 그것만을 고집했는지..

방황을 끝내고 다시 돌아온 학교는
처음 입학했을때보다 더 낯설었습니다.
다시 배우는 독어는 고교때 2외국어로 배우던 시절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지요.
그나마 나았던건 독문학 수업때문이었답니다.
독어를 잘 몰라도 되니까요.
그리고 좋아하는 문학분야이니까요.
그래서 서용좌 교수님이 더욱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독문학을 전공하시고
소설가로 등단하시는 교수님을 보면서,
독문과를 다니며 암담해 했던 제 자신이 참 부끄러워졌습니다.
학사경고만 면하려고 학교에 겨우겨우 출석만 하러 왔다갔다 했던
제 자신이 말이지요.

현재의 제 처지가 너무나 괴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생각하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고교시절에 비해,
대학에 들어와서는 오히려 생각에 잠기는 일을 꺼려했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나 비참해 지는 것 같아서,
현실에서 도피해보고 싶은 마음에 말이지요.
저는 스스로 비참하다고 생각하는 현실을 마주할 용기조차 없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고정관념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외국어도 공부하면서 문학도 공부하는,
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교수님 덕에 왠지 새로운 희망이 피어오르는 듯 합니다.
완전히 길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보니 아닌 듯 합니다.
지금이라도 노력하면 다시 제가 원하는 곳을 향해 방향을 바꿀 수 있겠지요.
교수님의 등단이 제게 또 다른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교수님께서도 기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열정을 잃지 않고 쉼 없이 달리는
교수님의 모습을 본받고 싶습니다.

교수님, 다시 한번 등단하신 것 축하드릴게요.

 200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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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
낙서2002. 1. 31. 14:17
 
2002.1.31                                

  
 
것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생일 축하 편지 중의 하나였다.

자중자애  ---

참 어려운 주문을 자신에게 확인하기 위해서 이 편지를 공개한다.

누군가 단 한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은 아직은 자신을 사랑해야 함을

기억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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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
낙서2001. 11. 13. 14:05

이 편지는 누군가 생각나는 사람하고 읽어야 한다.
또한 이 편지가 쓰여지는 첫 순간부터 함께 했을 것이다, 하늘에서...
 

Subject:
    Date: Tue, 13 Nov 2001 23:10:36 +0900 (KST)
   From: nn <99s......@hanmail.net>
      To: <yjsuh@chonnam.ac.kr>

안녕하세요...
nn....이예요. 여기는 벌써 겨울이예요. 그제는 첫눈이 내렸어요.
11월인데 말이죠.
어떻게 지내세요.
저는 독일 생활이 마음에 들어요.

지난번 교수님께서 젊은이가 어딘가에서 공부만하는 것만으로도
사는 이유가 된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열정적이고 분출하는 젊음 외에도 배워가고 성숙해가는 젊음이라는
것은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언제나 동기들 또래들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공부해
왔지만, 이 곳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히고 그들을 이해하면서 그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들인지
알게되요.
그리고 지금까지 열어보지 않았던 제 마음속에 또 다른 문을 열어
가고  있어요. 물론 독일어 공부는 정말 즐겁구요.

지난 9월과 10월에는 여행을 많이 했어요.
동료들과 또는 혼자서요. 각각의 즐거움이 있드라구요.
여태껏 한국에 있을 때 까지는 여행이 즐거운 것인지 몰랐어요.
그냥 집 떠나면 귀찮지
그런 생각이 많았었거든요. 그런데 여행중에 얼마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떤지. 이제 제 취미 중에 하나를 여행으로 하려구 해요.

어제는 영하 3도보다 기온이 더 내려가서 귀가 다 시려웠어요.
서울이 광주보다 춥다춥다 생각했었는데 여기는 서울만큼 아니
그것보다 좀 더 추울까요? 뜻뜻한 보일러에 방바닥이 아니라 라지
에이터와 기숙사 생활이라서 그래요.  
그런데 독일에 온 후로 영어가 잘 생각이 안나요.
교수님도 그러셨어요?
얼마전에는 예전에 만났던 타이완 친구가 곧  결혼을 한다그래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려고 편지를 쓰는데 도무지 영어가 생각이
안났어요.
지금은 독일어 공부에 충실한게 우선의 목표여서 그 걱정은 보류
하기로 했지만, 그래도 영어도 잘 해야 되는데.

이 곳에서 작문 시간에 가끔 각자의 Heimat에 대해서 쓸 때가
있거든요. 광주에 대해서 이것 저것 쓰다보면, 광주의 공기가 생각
나요.
지금 광주는 어떤지요.

교수님,
그럼 또 편지 드릴께요.
뮌헨에서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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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
낙서2001. 5. 30. 14:04

우린 꽤 성급함으로 친구가 되었다.
내면이 공개되는 데 대해 친구의 자긍심이 상처날까 하여, 조금 생략한다.
나머지는 원전 그대로이다.

 

Subject:   
   
 Date:    Wed, 30 May 2001 16:43:42 +0900
   
 From:  "nn" <nn @hotmail.com>
      
  To:  yjsuh@chonnam.chonnam.ac.kr

먼저...죄송하네요.
말씀을 듣고서야..홈에 들어가서 보았어요.
제가...사실 게으르거든요.
새로 홈단장을 하신..줄도 몰랐어요.
저..사실 선생님 홈페이지 한두번..정도 들어갔었고
사실..자세히 보지도 못했어요. 그리 많은 편견을 갖고 시작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

어쨌든 책...겉표지 처음 보고..요 그 이야기 생각났어요. 엄마 말씀...그렇게도 안..들었다던 청개구리... 그리 어색하거나 멀리 느껴지는 표지가 아닌..친밀하고 또 바른생활표지이든 아니면 즐거운 생활에서 보았던....표지...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타이틀은...뭔가 저한테는 막연하고 어려운..느낌이 큽니다.
아래에 쓰인 글을 읽으면 뭔가 내가 책 타이틀을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도
하는데 저한테는 감...잡기가..약간 어렵네요.
하지만..책을 읽어보면..뭔가 잡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맘..같아서는 정말...요...당장 읽고 싶은데 사정이....
그래도 여름방학내에..제가 독후감..이라는 것...보내드리로...약소할께요.
그때까지 기다려..주실..인내심은 있으시리라 기대해..봅니다.
아 참! 선생님이 커피를 그리고 좋아하신다고 하셔서.....요.
어떤 종류의 커피를 좋아하시나 여쭈어보아도 될까요?
제가 담에 우연히 만나 뵐..날 커피 사..갖고 가면...참 좋아하시겠네요, 그렇죠?
전.... 메일 받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지만 그보다..더 좋아하는 것은...
사진 찍는 것이랍니다. 뭐 특별히 배운 것도 아니고 수동카메라 작동할..줄도
모르고 자동카메라로 거의 맨날... 제 얼굴을 찍어요..히히..재밌죠.
나중에 현상되어 나온..사진을 보면..그렇게 즐거울..수가...없답니다.
참..재미있죠..저라는 사람...말예요.
항상....간단한 카메라는 갖고 다니니깐 사진 찍히는 것 싫어하는 친구들은
참...힘들고 피곤하겠죠..
이런... 지금 약속시간...3분..전...입니다.
오늘까지 숙제를 이메일로 보내기로 했는데 도와주기로 한 친구를 만나기로
했거든요.
오늘은 짧게 쓰고 담에 또 이야기를 이어...하지요...
저 재미있죠? 아닌가.. 사람들이 저...재미있다고..하더라구요.....
그럼, 하루...후에...다시 뵙기를...

 
 젊은이들은 만남을 치명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젊지 않는 나는 그들에게서 경쾌함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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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
소설2001. 5. 15. 23:30

도서출판 이유, 2001. 272면.




의사소통이 어려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말하기를 주저한다. 하나 씩 따로 존재하는 열 하나 조각그림 그 틈새에서 서툴게 존재하는 주인공은 ― 작가의 의도 때문에 주인공다운 주인공은 아니지만 ― 자신을 말하기에서 주저하는 우리를 대신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이름이 없다. 다른 등장인물들 또한 거의 이름이 없다. 시간과 장소 또한 의도적으로 거명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있을 법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오래 잊고 있었던, 그러나 무의식의 심층에 도사리고 있는, 그리하며 현재의 나를 이루는 '사랑의 기억'들이 열 한 개의 퍼즐로 짜맞춰져있는 소설이다. 두렵지만 사랑하고, 그 사랑 때문에 상처받지만 그 상처로 해서 또 '죽지 않고 살아가는' 인생들이 여기 있다. 해체되어 있는 열 한 개의 퍼즐들을 짜맞추어 가보면, 굳이 사랑이 아니라 하더라도 하나의 인생들이 돋을새김 되는 기쁨을 얻게된다. 열 한 개의 퍼즐을 맞춰 가다보면, 사랑에의 사투는 결국 생존에의 사투와 다른 이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그리하여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임을. 

                                         ― 소설가·공선옥



 

이 글을 쓰면서: 



기억으로서의 꿈   

“누구나 다른 사람의 밖에 있다”― 내 엉성한 학문적 글읽기와 글쓰기의 시발점이 된 하인리히 뵐의 소설작품에서 나오는 말이다. 번역 투이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개체로서의 인간, 다른 누구도 대체해줄 수 없는 절대적 고독의 숙명으로서의 인간을 이야기한다고 해석했다. 도덕적인 공동체에서도, 사랑의 환영 속에서마저도 사람은 혼자다. 사람은 사람의 밖에 있다고 말하니까 좀 쓸쓸해진다. 진실은 항상 좀 쓸쓸한 것이다.


거창하게 철학자 이름을 대지 않아도 그저 맹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인간이다. 목적은 허상, 가상이요, 잘해야 꿈이다. 꿈은 이루지 못할 전제의 목적이다. 이룰 수 있는 전제라면 목적일 것이니까. 그러므로 꿈을 꾼다는 것은 조금은 도피라 할 것이다. 도피가 아니더라도 삶의 유보, 그래서 꿈이란 생을 아름답게 장식해주는 무지개와도 비견되지만, 실제로는 “다른 상황”에 대한 소망이기 때문에 이 생을 좀먹은 도구이다. 꿈을 버리지 못하는 인간, 꿈에 매달리는 인간일수록, 예컨대 사람은 서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망상에 사로잡혀서 고통에 갇힌다. 꿈을 접으면 사라질 고통을 꿈 때문에 끌고 다니는 것을 달리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그러므로 꿈을 버렸을 때 어엿한 인격의 인간이 된다는 가정이 설립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이 옳은 것이다.


이 비관적 결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꿈을 꾼다. 그것은 기억으로서의 꿈이다. 기억이 있는 한 꿈을 생산해 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을 가지지 못하면 꿈을 꾸지 않는다. 갓 태어난 아이가 꾸는 꿈이라 해도 그의 유전자 안에 남은 유산들의 기억이리라. 태초에 처음 태어난 인간은 꿈을 꿀 수 없었으리라. 젊은이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살아갈 수록 꿈이 많아지는 것이 그런 까닭이다. 한 개인이 아니라 인류 전체도 오랜 문화를 간직할 수록 원대한 꿈을 꾼다. 우리들의 꿈을 위하여는 기억을 들추어 낼 일이다. 삼가 들추어냄의 변명이다.


나는 내가 만났던 사람들,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만났던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꿈을 꾼다. 꿈을 꾸기 위해서 기억을 버리지 못한다. 기억 속의 파편들은 항간의 목소리들에  필적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게도 무미하다. 그들은 생동한 에너지와 화려한 외모와 불가항력적인 성증으로 전혀 치장되어 있지 않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음으로써 사람을 사로잡는, 아니 사람은 사람에게 여간해선 사로잡히지 않는다. 그저 다가가다 만다. 대개는 자신 속에 갇혀 있고, 그래서 안될 까닭도 없다. 소위 실패라고 불리는 것들이 가장 자연스럽다. 


내 부실한 언어는 이런 내 부실한 기억 탓이다. 언어라는 체계라기 보다는 조각그림에 불과할 기억들의 들추어냄. 이 조각들을 활자화해보겠다는 옛 제자들 숙미와 찬종들의 막무가내 신뢰에 떠밀려서. 신중해라~ 하셨을 은사님의 침묵을 마음대로 오해하여. 옛적에 시작했던 그이에 앞서, 언젠가는 소설을 쓸 것이라는 아들에 앞서, 서두는 사람은 그저 그렇다는 진리를 남기며. 또한 앞으로 어안이 벙벙할 독자들 ― 혹시 있다면 ― 앞에서, 내 부실한 자의식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마지막 말마저 타인에 기댄다. 그는 너무도 오랜 옛날부터 나를 부추겼던 죄목 뿐으로 이렇게 자꾸 불려 나온다.



                           무의식적 기억만이 시간을 초월하여 진실성을 갖는다.

                                                              ― 플로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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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
낙서2001. 1. 1. 23:30

 내가 쓴 것
 What I have written

<내가 쓴 것>이란 병적 집착의 남자를 다룬 영화가 있었다. 흔들리는 남편과
그의 아내를 마음속에 둔 그의 친구, 남편의 회의와 "정신적" 편지왕래에 의한
소위 바람을 적나라한 추한 관계로 변형시켜서 그 일로 상심할 아내를 얻으려던
비열한 집착증 환자의 이야기다.

인상적인 것은 친구를 믿고 친구에게 자신의 방황을 얘기하곤 하던 남편의 이야기 -
"내가 찾고 있던 것은 이상의 여자였나 봐, 실제 사람이 아니라........"
실제 사람, real person 이란 단어가 귀에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와 화해한다. 죽음을 맞는 것은 우연일 뿐이다.

현실에서도 그런 방황의 인물들을 볼 수가 있다.
자신의 이상 속의 어떤 사람을 누군가에게서 찾다가 , 찾았다고 착각했다가,
죄없이(?) 그 착각 속에 덩달아 빠져버린 상대방을 어느 날 갑자기 놓아 버리는.......
그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의식하는지 못하는지, 이성적으로야 상대가 그 혼란에
빠져 버린 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므로 그렇게 중단하고 마는.
그런 사람은 현상에서 100% 행복을 찾기로 하는 것일까?
여전히 이상적인 다른 어떤 사람을 찾아 헤맬까?

What I have written     
[열 준비가 아직 안되어서....]     

나는 그 동안 프랑스여인 역할을 했다고 느낀다.
영화 속의 프랑스여인은 단 7통의 고차원적 편지를 쓴 데 비해서 난 저질의 500페이지를 썼다.
그러니까 그 병적 친구가 한 권의 소설로 불려낸 것보다 더 많은, 게다가 소설로 출판할 정도의
미려한 문체도 아닌 - 노골적이지만 일단 출판할 만한 질을 갖춘 -  아무 것도 아닌 독백에 불과한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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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어느 날  (0) 2000.09.21
참으로 고마운 편지  (0) 2000.06.08
Posted by 서용좌
낙서2000. 12. 20. 14:02

 ~~~~~~~~~~~~~~~~~~~~~                             


11.16.
"OOO" wrote:


   안녕하세요. 법학계열 OOO입니다. 이렇게 편지를 보내는 것은 교수님께서
   물어보셨던 위반과 위법에 대해 알려 드리려고요. 먼저 위반은 어떠한
   기준에 어긋난 행위를 말하는데 그 기준이 법, 도덕, 관습등 인간이
   만든 규범을 모두 포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법은 좀 복잡해요. 법이
   들어가면 단순히 법을 어기는 것을 위법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5가지로
   구별이 되는데 악법,불법,비법,위법,탈법 등이 그것입니다. 악법은 법
   자체가 잘못되어서 법적인 성격과 권위를 가지지 못하여 그 법이 존재
   하는 자체가 불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고, 불법은 문자 그대로
   해석을 하면 법이 아니지만 법적이지 못하는 행위와 결과를 뜻합니다.
   즉 불법은 단순히 법이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법은
   이것도 문자그대로는 법이 아닌 것이지만 불법과 차이점은 비법은 법이
   존재해서 그 법에 거슬리는 잘못된 행위와 결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궁금해 하시던 위법은 어떤 법이 존재를 하는 것을 전제로
   그 법에 위반되는 행위와 결과를 말하고, 마지막으로 탈법은 위법과
   거의 같지만 위법은 단순히 어떠한 법인데 비해 탈법은 정당한 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교묘히 빠져
   나가 법을 지키지 않는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제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위 내용은 서울대학교 최종고
   교수가 정의를 한 것을 제가 해석을 한 것입니다. 혹시 제가 해석을
   해서 제대로 된 것인가 의심을 하시겠지만 이 수업에서 제가 에이
   플러스를 받았기 때문에 자신할 수 있어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12.20.
"OOO" wrote:


    
안녕하세요. 저 법학계열 OOO입니다. 날씨도 추운데 건강하시지요. 한 학기
   동안 잘 가르쳐 주신데 감사 편지를 드립니다. 그리고 한 가지 이야기를 해
   드릴려고요. 교수님께서 지난번 독일 문화에 대해서 가르쳐 주셨는데 이번에
   독일 사람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전공수업시간에 배워서 전해 드릴려고요.
   독일에서는  1층을 땅층이라고 하고 2층부터 1층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한
   것입니다. 과거 일본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지배하던 시절에 땅과 건물에
   대한 소유의개념이 발생을 했습니다. 즉 땅은 왕의 것이고 건물은 일반 시민의
   것으로 땅과 건물의 소유자가 다르기 때문에 건물의 층 수를 셀 때 맨 아래부터
   1, 2 층으로 세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일제시대 때 들어와서 우리나라도 맨
   아래부터 1층, 2층 이렇게 하는데 독일이나 우리나라나 전통적으로 땅과 건물이
   하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통이 현대까지 내려오게 되었고
   현대에 기술이 발달하게 되어 고층건물이 만들어 지니까 땅에 접해있는 맨
   아랫층은 땅과 같아서 땅층이라고 하고 그 윗층부터 1층, 2층이라고 하게
   되었습니 다.  교수님 독일어 수업 한 학기동안 재미있게 들었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교수님 수업을 듣고 싶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이 메일을 보면 알겠지만, 내용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간단하지만 지식을
    공유하려는 정신이다. 기초독일어를 수강하는 법학계열 학생으로서,
    자신의 전공 지식을 을 나눈다는 정신은 유익함을 넘어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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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밖에도 진솔한 생각들을 전해준 편지들이 많았지만, Best-mail 을 소개하려면
    한 사람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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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
낙서2000. 9. 21. 23:30
2000년 9월 21일 목요일, 흐림.
 


 
 부산한 일과:

 
 알람을 해 놓았지만, 7시 일어나기는 무리였든지 다시 잠들어 허둥지둥.
  강의 시간 10분 전에야 연구실에 도착했는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항상 있어야 하는 그곳에 열쇠가 없었다. 큰 작은 가방을 털어 보아도 없었다.
  과실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고 - 3170 무응답 - 다시 아래 층 수위실에 가서
  열쇠를 얻어오기는 숨이 이미 막힌 상태. 다행히 대학원실에 올라오던 윤재를
  만나서 절그렁 거리는 열쇠꾸러미가 올라왔다. 그건 곧 반환해야 하는 비상 키.
  
  1교시 끝나고 과실에 들러서 과실용 전체 키에서 326방 열쇠를 빌렸다. 하루 쓰기.
  불안한 마음에 집에 전화를 해서 열쇠의 행방을 탐지하려다 발견 한 일!
  어제 우체국과 외환은행에 갔어야 했는데, 그만 외환은행에서 독일에 보낼 책값
  수표를 만들었는데 오리무중, 기억이 안나는 것. 집에다는 열쇠와 봉투? 찾는
  숙제를 남겨 놓고. 문제는 문제였다. 사실 어제도 우체국에 핸드폰 두고 왔던 것을
  외환은행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다시 우체국으로 지하도를 건너야 했지 않았는가.
  우체국에는 핸드폰 두고 오고, 외환은행 수표는 오리무중. 또 열쇠.......
  이 심란한 일상을 어찌 견디나. 그래도 3교시 수업, 그리고 5교시 수업.
 
  말썽났던 컴퓨터를 하나 새로 조립해서 집에 두고, 집의 컴퓨터를 몸체만 가져왔는데,
  수업 후 성호가 연구실로 옮겼고 - 3교시 때 옮기자고 차에 갔을 때는 차열쇠를 연구실
  책상에 놓고 온 상태였었다 -, 뭔가를 확인하다가 시간은 7시를 지나고 있었다.
  모처럼 찾은 00학번 홍모도 길게 이야기할 틈이 없어서 그냥 보낸 것이 참 서운했다.
  행운목을 들고 함께 온 경수도 마찬가지였다. 수업 끝나고 집에 다시 갔다가 온
  모양이었는데...
  아차! 빌린 열쇠를 돌려줄 시간이 지나버렸구나! 3170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임시로 열쇠 두 개를 묶은 까만 철끈은 내 손가락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 어쩐다지?
  방법은 일단 가방을 챙겨서 집에 갈 차비를 하고 나간 뒤, 복도 어딘가 불켜진 방을
  찾아서 맡기면 되겠구나!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난데 없는 노크소리는
  반갑지 않겠지만 다른 방법이...

  문제는 다시 생겼다. 가방을 들고 나서려는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린 열쇠. 방문을 열고,
  그렇다고 더 밝아질 것도 아닌데, 아무리 해도 열쇠는 없고, 집에는 이미 곧 출발한다는
  전화를 해버렸으니 차 걱정할 사람은 또 어쩌고... 혼란한 머리로는 어쩔 수가 없어서
  일단 복도로 나가는데 000교수의 등이 보였다. 방문 앞을 지나가던 참. SOS에 들어온
  그도 열쇠를 찾지 못했다. 다시 한번 가방을 쏟아보고... 사실 내게 필요한 것은 알리비.
  누군가와 함께 생각하고 그냥 문을 닫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혼자서는 무슨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말: 요새 뭐 생각에 빠진 일이라도... 뭐 그런 말로 의아해하며, 아무튼
  열쇠 문제 해결을 살짝 미루어 버리고 내려올 수 있었다.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겠다는
  친절한 말도 듣는 둥 마는 둥, 이 허둥지둥한 환경에서 어서 도망치고 싶었다. 가능하면
  누구에게라도 작은 일이라도 의존하고 싶지 않은데...

  실수는 오늘만해도 또 있었다. 수업시간 중 핸드폰이 울리면 벌금내기로 한 것이 지난
  시간. 오늘 들어가면서 핸드폰을 책상에 놓아두고 가려다가, 예컨대 또 과실에라도
  전화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싶어서 꾹꾹 눌러서 전원을 껐다. 자꾸 무슨 글자가 나오길래
  아차 <통화>를 눌렀구나 싶어서 재차 꾹꾹 눌러서 껐었다. 그런데 그만 커다랗고 우렁차게
  폰이 울린 것이다. 기운차게 꾹꾹 눌렀어도 계속 <통화>를 눌러서 켜둔 것이라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희안한 것은 이런 머리로도 수업 시간 중에는 나름대로 살아나는 것 -
  오늘은 수퍼우먼 코드가 나오자 조금 흥분하여 무심코 앞 책상 위로 올라가 앉기도 하는
  정열은 어디에서 나왔을지. 교실을 나오면 <tot müde> - 문자 그대로 그 자리에 가라
  앉을만큼 피곤하다. 다음 순간을 예상하기 어렵다. 건물을 빠져 나오기 전에 벌써 어딘가
  벽 속으로 스며들고 말 것 같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큰 소리다.

  요즈음 빠져있는 노래 - <헤어진 다음 날>을 들으면서 차를 조심조심 운전했다. 더 이상
  실수는 말아야지. 돌아온 시간은 8시가 다 되었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어서 나선 하루이니
  열 두 시간이 거의 되었다. 그 열 두 시간 내내 쉰 것은 몇 분인가. 일 아니고서는 얼굴 본
  사람도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 사람도 하나 없다. 열 두 시간을 일로서 보낸 것이다.
  8시면 이미 저녁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손발만 씻고서 저녁 상을 차렸다.
  아무리 다 준비해 둔 것이라지만, 상 차리기 만으로도 지쳤다. 샤워를 했어야 하는데,
  함께 식탁에 앉기를 원하는 아빠 - 우리 집에서는 "아빠"와 "엄마"가 고유명사이다 - 의
  속을 알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냥 세수만 하고 와서 앉았다. 아무래도 목이 열리지 않으니
  와인을 한잔 물 컵으로 따랐다. 항상 그런다. 물 컵이 내 와인 잔이다.
  둘째한테서 벨이 울렸다. 아침에 눈 떠서 하는 전화라 했다. 형은 그 동안 나일 강 위에
  있었기 때문에 통화가 되지 않았었다고. 이제 카이로에 도착해서 친구의 약혼식인가
  결혼식을 사흘 낮 사흘 밤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세 끼 챙겨 먹는 일상이 성가시지
  않느냐는 내 물음에 놀랍고 선선히 "아뇨"라고 대답하는 아이. 원래 걱정을 끼치지 않는
  아이다. 그러는 사이 남편은 먼저 식사를 끝냈고, 막 먹기 시작했던 난 숟가락을 놓았다.
  이것이라도 말자. 해야 할 일들이 넘친다. 생략할 수 있는 것, 하다 말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다 싶은 생각이었다. 다시 샤워를  하러 갔다. 그렇게라도 해야 일상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온 식탁에서는 먹으려던 음식을 모아서 < 버렸다>.  하느님은
  아셔도 어쩌시지 못하지만,  아침에 와서 알게 될 아주머니가 부끄러워서 음식물 쓰레기
  바구니 안쪽에 몰래 버렸다. 와인을 한 잔 더 따라서 마시고 - 서서 - 설거지를 끝냈다.
  벌써 서재로 돌아가 소리 없이 일하고 있는 남편을 부러워하며, 그러나 바로 책상에 앉을
  기운이 없어서 소파에 파묻혔다.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곧 다시 책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차! 꼭 읽어야 할 책이, 또 가져와야지 하고 생각했었던 책이 빠졌다. 주말 안에 다시
  연구실에 가서 가져와야 하는 것이다.

  목록: 아침에 열쇠와 송금수표 부칠 것 안가져 갔고, 둘 다 어디 두었는지 알지도 못하고,
  강의실에 휴대폰 그냥 가지고 들어갔고, 차에 열쇠없이 컴퓨터 가지러 갔고, 과실용 열쇠
  마저 잃어 버렸고, 필요한 책 안들고 왔다.

  이게 무엇인가! 이렇게 실수를 연발하면서 일상이 계속 될까. 새로 쓰기 시작한 컴퓨터는
  새 기능을 한다. 자판도 좋아졌고, 속도 또한 엄청 좋다. 홈페이지에 어느 한정 공간이
  있음을 처음 알았다. Upload가 절대로 되지 않아서 살펴보니 공간부족이라는 것이다.
  옛 문서들을 지워서 공간을 만들었는데, 옛 이미지들도 지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것들을 지워야 충분한 공간이 생길 것이다. 메일박스도 지우다 보니 답장해야 할
  안부해야 할 곳도 있었다.

  은사님께:
  
잘 돌아 오셨겠지요. 어찌 해서 ... 통화 시도해 보았는데...잘 안되었어요.
  ... 그냥 잘 다녀 오셨겠지 하면서  인사가 늦었어요. 전 생각보다 일상이 짐스러워요.
  ... 왜 이렇게 <일>이 많아요, 사는 데.  너무 귀찮아서, 조금 전에는 밥을 먹다가 말았
  어요. 그것이라도 생략하고 싶어서요. 마음대로 생략할 수 있는 것, 거의 유일한 것!
  그렇다고 식욕부진의 히스테리 증후라고는 여기지는 마셔요.....
  요즈음에는 어떠셔요?  사방이 살벌해서.... 너무 재미가 없어요. 사방에 모임이지요,
  단 한군데도 가기 싫은. 그러나 정말 나를, 나만을 위한 자리는 아무 데도 없어요. 해서
  사람들하고 점심도 같이 안하는지가 오래 되었어요.  <끈>이 성가셔지니 어떡해요.
  안부 메일한다는게 넋두리가 되었네요. 말할 사람이 없었나 봐요.  의사소통은 시렁에
  얹힌, 그런 나날을 언제 다 사나요?
  여기까지를 지우느니 그냥 보내겠어요. 선생님, 그저 안부가 진하다 보니 그러는 것이라고
  이해하셔요. 두어 번 연락 시도하다가 이렇게 앉으니 그리 되는걸요.  아무 뜻 없는 안부
  이니 그냥 인사만 받으셔요.
  안녕히 계셔요, 어디선가 곧 뵙게 되겠지요
.

  안부가 너무 무례했을까? 심했을까? <최근파일>에서 단골 글마당에 들렸다.  편하지
  않은 안으로의 여행. 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책상을 일어설 것이다.

  따뜻한 아빠. 따뜻한 손. 손의 힘찬 감각은 뼛 속까지는 아니라 해도 피부 깊숙이 들어
  올 것이다.  따뜻함 속에서 잠을 청하리라. 아직 꿈도 아닌데 꿈 같은 영상들이 밀려올
  것이며, 그 속에는 어김없이 그 회색 빛 형체가 북해의 저녁 비바람처럼 서성일 것이다.
  차갑고 암울하게. 어깨는 따스하고 꿈 속은 차가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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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용좌
낙서2000. 6. 8. 23:30
참으로 고마운 편지
 

   Subject:  꽃피는 봄사월 돌아오면...
    Date:  Thu, 27 Apr 2000 17:28:27 +0900
    From:
    Organization:
    To:

    "꽃피는 봄사월 돌아오면..."
    망향을 듣다가
    문득 선생님 생각이나서...
 
    해저물어가는 봄날
    연두색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어
    그림자가 창가에 부서지고
    왠지 모를 서글픔 때문인지
    그리움이 강물처럼
    가슴에 출렁이고
    "그대가 있길래 봄도 있고,
    아득한 고향도..."
    애닯은 노랫말이
    마음을 사로잡는
    어느 봄,봄,봄날에.
 
    사춘기 소녀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웃으시기를...

   

 

이런 사랑스런 아이도 있네...........
 


사랑합니다..
==================================================
진정,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그러한 생각들이 전혀 낯설지 않은...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

      

                                                     2000.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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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0. 5. 15. 23:30
萬行: 어느 수도자의 이야기
       

폴 뮌젠이라는 속세의 이름을 버리고 현각이 된 어느 수도자의 이야기.

독일계 아버지와 아일랜드계 어머니의 9형제 중 7번 째 명석한 소년이
예일과 하바드를 거쳐 한국의 숭산 큰스님 Zen Master Seungsahn을
스승으로 하여 수도자가 되었다.

                                                                                     

33면: 예수님: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그렇다면 진리란 무엇일까? 무엇이 옳은 것일까?
        이런 의문들은 나를 경험주의자로 만들었다.

                                                                                      

 쇼펜하우어:

      
   문명화된 국가에서 이 세상 존재의 증거를 찾는 형이상학적 방법으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존재
   의  증거를 안에서 찾는 것이고 도 다른 하나는 밖에서 찾는 것이다. 형이상학적 논리 그 자체에서
  존재의 증거를 찾는 체계는 문화와 전통을 성찰함으로써 수립되며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접근
  가능하다. 그 소수의 사람들은 선진화된 문명 속에서 그들의 존재를 유지하고 성숙시켜 나간다.
  한편 두 번 째 종류의 형이상학적 체계는 사고능력이 부족한 대다수 사람들이 수용하여 유지하는
  것으로서 그들은 원인과 논리를 자신이 직접 생각해보려 하지 않고 단지바깥에 어떤 것에 대한
  권위에 의존하여 믿는다. 이것은 흔히 우리가 종교라고 부르며 많은 국가와 원시부족 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을 믿는 사람들의 신념의 근거는 자신의 성찰 속에서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외부에서 주어지고 있다. 기적이나 어떤 상징 같은 권위있는 것들, 계시라고 불리는 것들이
  그것이다. 이 형이상학에는 주로 외부의 위협이 존재하게 되고 그 형이상학 체계를 따르지 않는
  불신자들과 단순한 회의주의자들마저도 적대적인 존재가 된다.
 


    종교는 필요한 것이고 유익하다. 그러나 만일 인류가 진리를 발견해 역사를 발전시키는 데
    장애물이 된다면 종교 자체를 파기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인간사회에서 종교라는
    것은 해당 종교가 지니고 있는 직접적인 진리에 의해 평가된다기보다 간접적으로 인간을 이해
    시키는 능력과 관련해,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단지 '믿고 있느냐' 하는 데 따라서 평가된다.

                                                                                     

 에머슨:  초월주의 Transcendentalism철학의 주창자
        
           
  신학대학원 축사 Divinity School Address

예수님은 신이 아니다. 단지 우리 인간들이 그를 신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예수님은 바로 우리
자신 각자가 갖고 있는 본성, 진리, 지혜다. 인간들이 예수를 신으로 만들어, 즉 우리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대상으로 만들어 존경하고 숭배하는 것은 우리의 실수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분이지만, 그는 단지 인간이다. 나와 여러분들처럼,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다.

                                                                                     

『도덕경』, 오강남편역, 현암사 1995

무위란 '행위가 없음 non-action'이다. ....무위란 보통 인간사이에서 발견되는 인위적 행위,
과장된 행위, 계산된 행위, 쓸데없는 행위, 남을 의식하고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행위, 자기
중심적인 행위, 부산하게 설치는 행위, 억지로 행하는 행위, 남의 일에 간섭하는 행위, 함부로
하는 행위 등 일체 부자연스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너무
자발적이어서 자기가 하는 행동이 구태여 행동으로 느껴지지 않는 행도, 그래서 행동이라 이름할
수도 없는 행동, 그런 행동이 바로 '무위의 위 無爲之爲' 즉 '함이 없는 함'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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